‘좀더 정보가 필요해.’
이렇게 생각한 아르는 자신과 같은 소년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행했다. 수도원에서 소년들이 모이는 장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네명씩 모여서 자는 그들의 침실이나 수업을 받는 교실 혹은 연무장, 그리고 식당이 전부 였음으로. 갈곳이 없는 이가 아닌이상 소년들은 교실이나 연무장에 모이지 않았다. 이런면에선 도서관 또한 소년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심이나 케메면 모를까.
그렇기에 아르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근처에 가니 맛있는 음식의 향기가 아르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시끌 시끌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소년들의 이야기 주제는 다름이 아닌 출진에 관한 이야기였다. 속으로 잘찾아 왔다고 생각한 아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야기 하던 소년들은 어느 순간 아르를 보더니 잠시 소리를 줄이고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봐봐, 저녀석 또 갔다 나왔나 봐.”
“미친놈.”
“야, 나가면 저놈이랑 같이 싸워야한다는거야? 우웩.”
참회실을 밥먹듯이 들락날락하는 아르를 곱게 보는 다른 소년들의 시선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렇기에 대놓고 아르에게 일부로 들리게 욕을 하는 소년도 있었고 소리를 죽여 흉을 보는 소년도 있었다. 아르는 이게 한두번이 아니라는듯 그들을 무시하며 식사를 받아 식탁 빈자리로 가서 앉아 조용히 다른 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잘 양념된 기름진 고기스튜가 그동안 물만먹어 쪼그라든 아르의 위장속에 들어가 그 내부를 따뜻히 감싸주었다. 배가고파도 아르는 천천히 스튜만을 먹으며 속을 달래고 있을 때에 바로 옆자리로 누군가 앉았다.
“괴..괜..괜찮아? 아..아르?”
“별 문제 없어 케메.”
자신을 향해 말을 더듬으며 걸어온 소년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본 아르는 친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르보다 작은 체구. 어쩌면 여기있는 모든 소년보다 작은 키를 가진 케메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은 검은 눈동자에 어깨까지 오는 기다란 흑발을 가지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는 말더듬이인 소심한 소년 케메. 물론 다른 소년들은 케메를 케케메(kekeme)-말더듬이 라는 뜻-라고 부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출진이야기 자세히 말해줘.”
“여..여기서?”
“미안.. 그럼 방에서 해줄래?”
케메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하지않았다. 소심한 성격과 더불어 말을 더듬는 다는 콤플렉스로 인해 정말로 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필사로 이야기 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렇기에 아르는 케메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마저 밥을 먹었다.
아르는 케메와 같이 방에 들어와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방은 4명의 소년이 같이 쓰는 방이었는데. 창가쪽부터 아심, 아르, 야으무르, 케메 순서대로 침대를 썼다. 4명의 소년은 각자 온곳과 생김세는 달라도 좋은 룸메이트로서 수도원에서 수업을 받으며 살았다.
아무튼, 케메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출진은 바로 이틀뒤. 목적지는 테살로니키. 소년들이 있는 이곳 에디르네에서 마차를 타고 꼬박 하루가 걸리는 거리였다. 이틀후라니, 정말로 시간이 빠듯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무엇 때문에 소년병까지. 그것도 엘리트 소년병까지 대동한 군대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아르나 다른 소년의 눈에서 보면 오스만 투르크의 군대는 천하무적 그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년들은 자세한 영문도 모른 체 각자 출진에 대한 준비를 했다.아심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조용히 방에서 읽었으며. 아르는 참회실에 갖쳐있어서 영양분 보충과 휴식을 취했고. 야으무르는 연무장에서 수련을 했으며. 케메는 아심이 부탁한 책을 도서관에서 가져와 방에서 아심과 같이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