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와중에 어디선가 익숙한 알람이 들렸다. 그리곤 띄워 놨던 친구창에서 울렸다. 〈「칼」Lv.90 바드〉라는 쪽에서 말이다. 그는 게임 초기부터 미엘과 함께 했던 같은 해비 유저로서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보던 친구 같은 사람. 더군다나 미엘과 비슷한 길드를 가입하지 않은 랭커였다. 하지만 그는 미엘과는 달리 특이한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유일한 무과금 랭커이다. ㅈ망겜답게 「엘더테일」은 한국 서버에서는 정액제가 없는 무료 플레이를 선사했지만 ㅈ망 과금을 선물로 주었다. 그래도 과거 리니지처럼 종결템이 과금 뽑기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무과금, 소과금으로 랭커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게 학계정설 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상을 일소시킨 어떤 면에서는 위대한 인물이다. 물론 그가 밥만 먹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갓수라는 직업적 특혜를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딱히 가난한 것도 아니었다. 스트리밍이라는 인터넷 방송으로 소소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본인이 이야기를 하지만 외국인도 그의 방송에서 보는 대기업 급 방송인이다. 아무튼 그에대한 설명을 말을 하자면 여백이 부족하니 이만하자. 그리고 시끄럽게 울리는 알림을 끄기 위해서 손가락을 친구창으로 가져다 대곤 그의 이름을 눌렀다.
<칼>: 멜 접함?
<칼>: ????????????
<칼>: 접했음?
<칼>: 야 왜 말이 없어?
게임 때와 같이 채팅 로그처럼 주르르 미엘의 눈앞에 글자가 올라갔다. 아무리 봐도 키보드가 없는데 어떻게 한거지? 라는 생각을 할 때 쯤 귓가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야 멜. 듣고 있어? 이거 대박임. 아아아, 멜은 나와라 오버.”
“어 들린다 오버. 그나저나 님 어디냐? 이거 맵이 안보이는데 나 어딘지 모르겠음.”
“ㅂㅅ3끼야 그니까 내가 누누이 지형 외우라고 했지.”
“난 누구같이 겜창이 아니라서~.”
“지랄노. 아무튼 점검 전에 너 「벨로드」아니었음? 「길드타워」보임?”
그 말과 즉시 미엘은 눈을 하늘로 향했다. 그 시선에는 나무로 빽빽이 들어선 숲과 건물의 잔해들 그리고 그 넘어서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은 고층 빌딩이 보였다. 그 무엇과도 조화를 이루지 않는 거대함이 마치 고전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탑처럼 홀로 우뚝 솟은 탑이 보였다. 「엘더테일」은 하프 가이아 프로젝트로 실제 지형을 1/2로 재현하고 있었다. 그만큼 크기도 넓었지만 현실의 배경을 모티브로서 각 지역의 랜드마크를 구현하고 있었다. 「벨로드」는 현실의 서울을 바탕으로 만든 도시였고 「길드타워」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타워를 형상화 했다. 높은 타워이여서 그 속에 여러 길드 하우스가 있으며 은행과 각종 상업시설이 있는 말 그대로 도시 안에 도시인 빌딩 도시이다.
“어 보임. 거기서 봄?”
“OK.”
조금 걷다보니 어느덧 「벨로드」의 동쪽 관문이 보였다. 전보다도 익숙해진 움직임에 미엘은 더 이상 비틀거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것들이 미엘의 머릿속을 쿡쿡 찔렀는데 그것은 바로 타 유저들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일정거리가 지나거나 게임 상의 구역이 바뀌면 전체 채팅은 들리지 않은 것 때문이었을까. 고요한 자연 속 과는 다른 번잡함이, 번잡함 속의 혼란이 미엘의 귓가에 몰아쳤다. 그렇기에 미엘은 전체 채팅 차단이라는 명령어를 눌러 보았지만 이는 헛수고였다. 아무래도 게임과 이 세상은 비슷하지만 다른 차이점이 분명 많았다.
시끄러운 난장판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하나는 이 세계에 대한 혼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외변 포션」에 관한 것이었다. 미엘은 후자의 생각에 피식 웃음이 밖으로 나왔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커마 갓겜인지라 많은 유저들이 쭉쭉 빵빵한 여캐들로 커마를 했기 때문인데. 거기서 진짜 여자는 정말이지 드물었다. ‘거의 상당수의 군필 여고생들이지.’ 자신은 성별까지는 바꾸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적응하는데 빨랐지만 성별이 바뀐다면 그건 여러모로 큰 곤란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질템인 「외변 포션」을 장비창에 쟁여놓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곤란 그 자체 였을 것이다. 그중에는 물론 미엘처럼 바뀐 자신의 모습에 대만족 하는 군필쨩들도 있었겠지만 말이다.